▽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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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사

 00

평범하다. 특별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동물과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귀하디 귀한 외동딸일 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토록 아끼던 딸이 사라졌는데.

 01

 그리고 외로웠다. 돌아보면 사라질 것 같이 자란 외동딸이어서,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또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자각몽을 꾸기 시작했다. 자각몽인 줄 몰랐던 세계가, 온전히 그의 것이 되었다.

 02

 그녀에게는 색이 없었다. 아버지가 색맹, 그런 줄 몰랐던 어머니가 보인자여서. 그녀의 세상에는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볼 수 없었고 느낄 수도 없었으며 어떤 것인지조차 느낄 수 없었다.

 03

 남과 다르다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인 것쯤은 알고 있었다. 미움받고 차별받으니까. 그래서 스스로 이게 색이야, 하고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 해야지, 하면서 마치 색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새파랗고 깊은 바다에 붉고 노랗게 퍼져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04

 꿈을 꿀 때도 현실에 존재했다. 현실에 있을 때도 꿈을 꿨다. 꿈과 현실은 그에게 동일한 하나의 세계여다. 일기장에는 분명 오늘 적혀 있어야 할 꿈 같은 건 없었다. 유세이가 실제로 겪은 것, 본 것, 느낀 것, 한 것들만이 있었다. 그러니까, 꿈 이야기는 꿈에서만 그녀의 일기장에 적었고, 현실에서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을 그 곳에 적었다. 어쩌면 그녀는 꿈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몰라, 색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꿈 속의 유세이니까. 하지만 진즉에 알고 있었다. 색을 보고 싶어서, 깊이와 온도와 빛과 어둠을 느껴보고 싶어서 만들어낸 환상이었다는 걸.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 나는 색을 볼 수 없어, 내가 색을 보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아.

 여태껏 당신이 보아왔던 요조라 유세이의 경우

 당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환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05

하얀 망각이 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