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셋. 난, 당신들의 물건이... 아니야.

 

✦✦✧✧✧

 

✦✦✧✧✧

 

정신력

✦✧✧✧✧

 

지능

✦✦✦✦✦

 

관찰력

 

✦✦✦✦✦

 

인지도

 

✦✧✧✧✧

▽ 성격

눈물이 많은

 

"죄, 송해요... ...잘못... 했어요..."

 

사실은, 엄청나게 눈물이 많다. 조금 쓴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나올 정도. 하지만 감정을 누르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우는 행위를 어릴 때부터 거의 금지된 행동처럼 여긴 부모님 때문에 이러한 성격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꾹 참았다가 나중에 혼자 방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는 때가 많다고. 얼마나 눈물이 많은지, 어릴 때는 거의 울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지금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싶지만. 소년은 자신이 눈물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든 숨기려 했고, 그 결과 꽤 잘 숨겨지고 있다. 그 누가 소년의 겉모습만 보고 소년이 눈물이 많다고 판단할까.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숨은 자신을 숨기고, 누르며 눈물이 없는 척 연기할 뿐이었다. 이것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웃었다.

 

희생적인

 

"...제게 맡겨주세요.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괜찮아요."

 

상당히 희생적이다. 남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으며,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기도. 남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어떤 불리한 상황에 부닥치거나, 불이익을 당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평소에는 연기하기 때문에 이러한 성격이 그저 배려심이 넘친다, 라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배려를 뛰어넘은 정도.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듯 여기기도 하며, 누군가 자신의 희생을 강요하면 그것마저 아무 말 없이 따를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성격이 된 이유는 아마 어릴 적부터 자신을 그다지 아끼지 않았기 때문인 모양. 심지어 다른 사람들마저 아껴주지 않았기에. 소년은 자신 혼자 잘 될 바에는, 차라리 다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랐으며 자신은 누군가의 희생을 받을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아마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거짓말을 잘하는

 

"네, 다... 거짓말이에요. ...죄송해요."

 

거짓말에 꽤 능숙하다. 평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어떠한 상황에 부닥치든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할 수 있기까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라도 괜찮게 보이기 위해 했던 것들이 결국 거짓말을 잘하게 한 듯. 본인 또한 이러한 점이 장점이 아니라는 것은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잘한다고 말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어차피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눈치를 채지도 못하니까. 어릴 때는 거짓말을 좀 눈치채주었으면, 하며 했을 터인데. 이제는 완전히 들키지 않기 위해 하게 되어버렸다.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웃고, 슬퍼도 웃고, 괴로워도 웃는다. 괜찮다, 라는 한마디와 함께. 그렇기 때문인지 소년은 주변 사람들에겐 정말 멀쩡하고 밝은 아이가 되어있다. 이것이 과연 좋은 걸까. 소년은 그저 지금에 만족하고 싶어한다.

 

자기비하적인

 

"어차피 저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누가 싫어해도, 뭐라 할 수도... 없으니까요."

 

자기비하가 좀 심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칭찬보다는 혼이 많이 났기 때문인 걸까. 자신이 무언가를 해내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칭찬하기보다는 운이었다거나 다음에는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느낌 또한 적지 않은 듯. 이러한 제 성격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속으로는 꽤 심한 편이다. 자신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좀 더 익숙해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를 걸거나 좋은 말을 할 시 겁을 먹기까지 한다. 그 기대에 무조건 보답해야 하고, 자신이 그 좋은 말과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반드시 미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러한 점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겁이 많은

 

"그런 건, 조금... 무섭기도 하고..."

 

겁이 많은 편. 사소한 것에도 깜짝 놀라며, 무언가를 도전하기 전 실패할 것을 먼저 생각하여 많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긍정적인 겉모습과는 좀 반대되는 성격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의 가능성에라도 주저하게 되는 걸까. 소년은 늘 무언가를 하기 전 조금씩 무서워하는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사람을 만나기 전이나, 새로운 일을 접할 때나, 무언가를 맡게 되었을 때 모두. 겉모습에선 그다지 티가 안 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이 감정이 특히나 커지기 때문에 숨길 수 없다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꽤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건 아마 주위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 때문인 모양. 소심한 성격과 어울리는 성격이면서도, 어쩌면 소년 자신을 갉아먹는. 그런 성격이다.

 

▽ 소지품

토끼 인형

 

"인형은, 귀여우니까...? 소중한 아이예요..."

 

분홍색 토끼인형. 인형이라기보다는 쿠션같이 생기기도 했다. 평소 그다지 들고 다니진 않지만 아마 소중한 것인 모양. 주로 들고 다니기보다는 방에 가만히 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으며, 제 부모조차도 별로 본 적이 없는 인형이라고. 소년의 말에 의하면 불안해지거나 아플 때 꼭 안고 있는다고 한다. 어쩌면 제 형을 대신해 의지할 것을 찾은 걸지도. 누가 만지는 것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작은 수첩 하나

 

"그냥~... ...메모용...? 이에요."

 

아무런 무늬가 없는 주황색 표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의 수첩으로, 약 40매 정도 되는 듯. 소중한 수첩인지 남들한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형에게도 비밀인 수첩이라나. 적은 내용은 간단한 일기. 하지만 워낙 제 사정을 숨기고 사는 소년이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모양이다. 내용은 꽤 썼는지 빈 페이지가 한 장 될락 말락. 늘 인형 아래에 두는 등 숨기고 있다.

▽ 특징

세노 마모루 / 妹尾 守 / Seno mamoru

 

그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이름. 많이 불려보지 않았다, 라며 본명보단 가명으로 불리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세노와 마모루 모두 한자로,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나. 성 정도는 어찌저찌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 있다 해도, 이름까지는 아는 사람이 부모님밖에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더 있었다고. 부모님께서 자신의 존재를 그리 밝히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제 이름을 말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제 이름에 그리 감정이 없으면서도 가명을 썼던 이유는 제 이름은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 부모님은 절대 본인들이 부모라는 것을 알 수 없게 하라고 하였고, 소년은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반항할 힘이 없었다.

*

집에서 거의 숨겨진 자식이나 다름없이 키워져 왔다. 그 이유는 소년이 과거에 겪었던 일 때문. 소년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일로, 소년은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 일에 대한 공포심이 크게 남아있다. 겉모습으로 볼 때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것은 그저 연기일 뿐. 속은 썩다 못해 문드러져 있을 정도이다.

 

4살 정도 많은 형이 있었다. 형의 이름은 세노 모리. 소년과 사이는 점차 좋아졌지만, 현재는 죽어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자세한 것은 아래 과거 참고.

 

 

[ TRIGGER WARNING : 가정폭력, 강요, 방치, 감금, 살인미수, 자해, 사망(병사) , 납치, 가스라이팅 ]

 

소년의 과거는 겉으로만 보면 무난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버지가 형사, 어머니가 기자인 집안이어서 화목할 것 같다는 생각과 말은 소년에게 조금도 닿지 못하게 된 지 오래일 정도였으니까. 소년의 가족은 처음엔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 그리고 소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소년은 제 형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했다. 둘은 틈만 나면 싸움이 일어나거나, 심해질 경우 소년은 형에게 맞는 일까지 있었다. 부모는 아는 일 또한 거의 없었고 잘 말리지도 않았지만, 딱 한 번 말린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난 때는 소년이 제 형에게 맞아 쓰러져 일어날 힘이 없을 정도일 때 즈음. 소년의 아버지는 그때야 소년의 형을 폭력으로 막음으로써 그 싸움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소년은 그것을 보고 좋아하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자신이 느끼는 아버지와 제 형에 대한 공포가 한층 더 커졌다는 것을,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소년의 가정은 이랬지만, 겉으로는 꽤 화목해 보였다. 소년의 형은 동네에서 애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고, 소년은 그런 형의 동생이다 보니 주변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받기도 했으니까. 소년은 이러한 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무척이나 불편했다. 제 형이 그 동네에서 싸움으로 유명하다는 것 또한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 폭력이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향한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소년은 남을 쓰러뜨림으로써 제 강함을 증명한 형과 달리, 남을 돕는 것을 더 좋아했다. 둘의 성향은 거의 반대라고 해도 맞을 정도였고. 하지만 부모는 소년보단 소년의 형을 좀 더 아꼈다. 세노 모리는 공부는 무척 못했지만, 운동이면 운동, 대인관계가 완만한 것은 물론, 인기까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소년은 공부 외엔 그리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다. 소년은 이에 크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저 공부 외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소년은 공부에 매달렸다. 이것이 아니면 자신이 제 형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릴 수 없었다. 소년의 부모는 소년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 라고 가르쳤다. 그렇기 때문일까, 소년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소년의 부모는 소년의 형에게 가치가 엄청나다, 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소년은 그것을 볼 때마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제 형은 별 노력 없이도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소년의 형은 강하고, 성격도 밝았다. 눈물도 없었다. 하지만 소년은 달랐다. 약했으며, 성격도 소심하고. 눈물 또한 많았다. 소년의 부모는 이러한 소년의 성격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급기야 소년에게 감정을 누르는 것을 강요했다. 소년은 이러한 부모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무척 무력했기 때문에. 어느 샌가부터 자신에겐 부모님을 거역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히어로를 동경하기 시작한 것은 5살 때쯤부터. 우연히 보게 된 만화에서 히어로를 보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구하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히어로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이었다. 소년의 눈에는 그만큼 멋져 보이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소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히어로가 될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쯤은. 그래도 되고 싶었고,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늘 존경한다며 나서보기도 하고, 히어로 만화란 만화는 전부 모아보곤 했다. 하지만 소년의 그런 작은 행동마저 부모님은 용납하지 못했던 걸까. 부모님은 소년이 가지고 있던 만화들을 버리고, 불태우고, 찢어버렸다. 그리곤 소년에게 말했다. 너는 이런 거 볼 시간도, 기회도 없어.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소년은 좌절했고,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은 포기한 지 오래였다. 꿈으로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괜찮은 척 해야 하니 부모가 아무리 싫은 말을 하고 짓밟아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히어로가 되고 싶어요! ...아니, 사실은... 이제는 되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은 꾹 눌러둔 채로.

 

소년은 비록 제 형에게 그다지 좋은 취급을 받지도 못했고, 오히려 맞는 일도 있었지만 제 형을 증오하거나 하지는 못했다. 가끔 미워할 뿐, 그 이상은 하지 못했다. 그럴 힘도 없었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치 없는 사람, 형은 가치 있는 사람. 인기도 많고, 자신과는 무척이나 거리가 먼... 그런 사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소년과 형의 사이는 자연스레 점차 멀어졌고, 어릴 때처럼 싸우는 일조차 줄어들게 되었다. 얘기할 시간조차 사라지니, 싸울 기회조차 없어졌던 것. 소년은 이러한 점을 후회하지 않았고, 차라리 계속 이러한 나날이 이어졌으면 했다. 매번 형과 비교당하는 나날도 질려가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러한 소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소년이 9살이 되던 해, 소년의 가정은 크게 기울어지게 되기 때문. 그 원인은 바로 소년의 형인 세노 모리가 병에 걸리게 된 것.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으로,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왔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라며 의사들은 오래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만 되풀이했고 소년의 부모와 형은 크게 좌절했다. 소년은 그런 제 부모와 형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년은 아무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좌절은커녕,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어린 소년이 병과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소년이 그저 가만히 있는 동안 시간을 계속해서 흘렀고, 소년의 형이 병에 걸려 입원을 하게 되자 점차 형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세노 모리의 곁에 남은 것은 소년의 부모와 소년, 그 세 명뿐이었다. 소년은 형의 친구라며 형의 곁을 지키던 친구들이 모두 떠나는 것을 보며 친구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하던 상대가 약해지면 떠나는 관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차 형의 병세는 악화하였고, 소년의 부모는 안 그래도 형을 향하던 관심을 더 형에게 쏟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었다. 뭔가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고, 혼자 남는 것은 언제부턴가 당연시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부모는 네 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며 소년이 조금의 불평이라도 늘어놓으려 할 때마다 이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네 잘못이다, 라며 소년을 몰아붙였다. 소년은 점차 지쳤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나마 도움되는 것이었다면 제 형일까. 형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병으로 앓기 시작한 이후 소년을 더 찾기 시작하였다. 외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든 것인지. 소년은 그런 형을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받아주었다. 어쩔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도 있었고, 소년 본인도 누구라도 좋으니 함께 있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소년은 우연히 제 아버지의 일터에 따라가게 되었다. 원래는 형이 따라올 계획이었지만, 형은 아파서 무리이니 대신 온 것이었다. 물론 소년은 이것이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이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지만, 그래도 기뻤다. 겉만 보여주는 식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다가온 친절이 좋았다. 그동안 제 형 때문에 제대로 관심도 받지 못했고, 끼니를 챙기는 것마저 힘겨웠으니. 생각보다 제 아버지의 일터는 흥미로운 곳이었고, 소년은 그런 아버지의 일터가 마음에 들어 따라가는 일이 잦아졌다. 어차피 제 부모는 자신이 집에 있다 해도 관심을 둬 주거나 하지도 않았으니 이러는 편이 더 부모도 편해할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소년은 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점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다. 프로파일러, 그것이 소년이 진정하고 싶은 것. 잠시나마 히어로를 동경했었지만, 그것은 한때의 꿈이었을 뿐. 누군가를 구해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잘못한 사람들에겐 벌을 받게 하고 싶었다. 그것을 해낼 수 있는 것이 프로파일러라고 생각했고, 소년은 진정으로 다시 한번 꿈을 꾸게 되었다. 이룰 수 있을만한, 그런 꿈을.

 

소년의 부모는 좋은 부모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소년의 옷을 꼭 단정하게 입혔고, 여러 개의 학원에 보내거나, 이것저것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싶은 것들은 모두 소년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소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좋은 부모로 보여야만 했고, 소년은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도 티 내지 않았으니까. 소년은 무엇을 가르치든 무리해서라도 그것을 해냈고, 부모는 그것을 당연한 듯 여기며 소년에게 더 이상의 성과를 내오길 강요했다. 소년은 그것에 지쳤지만, 새로운 꿈을 생각해내며 힘냈다. 제 아버지의 일터를 따라가 제 꿈을 계속해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소년의 유일한 낙이자, 행복이었다.

 

이리 새로운 꿈도 생기고 잘 지내나 했으나, 소년은 10살이 되던 해, 납치를 당하게 된다. 납치를 당한 이유는 형사인 아버지에게 잡힐 뻔했던 한 수배자가 복수, 이자 저지른 범죄 탓. 이때 당시만 해도 소년은 숨겨져 있는 자식처럼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표적이 되고 만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형이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형은 늘 병원에 입원한 상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마모루 뿐. 범인의 철저한 계획과 방법 때문에 마모루는 조금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납치를 당한 뒤에는 뒤늦게 겁을 먹은 범인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밧줄에 목과 손목, 발목을 꽉 묶여 흉터가 남을 정도가 되어버렸고, 죽을 뻔하던 중 들어온 경찰 덕에 그나마 다행히 살인미수에서 그친다. 소년은 이때 이 일로 인해 폐소공포증이 생기게 되었고, 흉터를 가리기 위해 목과 손목, 발목에는 붕대를 감고 다니게 되었다. 소년은 이 일로 인해 사람이 끔찍하게 싫고, 무서웠다. 쉽게 좋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보기만 해도 자신을 해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소년은 끝까지 웃었다. 사람이 좋다고 했다. 그 무엇도 싫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진정 자신이 가치 있어지기 위해서는 이래야 했다. 절대 힘든 것을 티 내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 혼자 이겨내야 했다. 이런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소년의 몸은 점차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과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오게 된 것. 하지만 소년은 스트레스를 쉽게 받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여기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이것이 큰일이라는 것쯤은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웃어야 했다. 웃지 않는 자신은 가치 없고, 그 누구도 봐주지 않았으니까. 소년은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에 능숙해지기 시작했고, 거의 숨겨진 자식처럼 키워짐에도 만족했다. 행복했다, 겉으로는. 속으로는... 이미 아무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괴로울 때마다 소년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탓을 하며, 자해했다. 심한 스트레스가 자신을 해하는 것으로 나오게 된 것. 어떤 날은 칼을 제 몸에, 어떤 날은 벽에 머리를 박았다. 

 

소년이 그리 거짓말을 해오며 성장해오던 무렵, 소년은 어느새 14살이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가정은 다시 한번 크게 기울게 된다. 소년의 형인 세노 모리의 죽음.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세노 모리는 괜찮게 잘 회복이 되던 중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점차 몸 상태는 악화하였고, 결국 의사에게서 시한부 판정까지 받게 됐던 것.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바로 세노 모리의 죽음이었다. 세노 모리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을 결정하였고, 그 때문인지 소년은 의도치 않게 제 형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형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어린 소년에게 큰 충격이었다. 소년은 그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인지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것이 꽤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티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모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일. 하지만 소년은 이 트라우마가 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트라우마 외에도 소년은 형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남아있다. 소년에게 형은 유일하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형이 아픈 후에 싸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형의 성격이 많이 온화해졌기 때문에 폭력은 오가지 않았고, 소년이 그나마 그 집안에서 견뎌낼 수 있었다. 형이 없어진 후, 소년은 더는 진심으로 행복해할 일이 생기지 못했다. 자신은 여전히 가치 없는 사람이고, 집안에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작은 반항의 의미로 부모님께서 입혀주는 옷을 형이 주었던 망토로 가려버리고, 다친 상처를 내버려두기도 하는 등 부모님께서 자신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눈치챈 사람이 없는 모양. 그래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언젠가 라도 부모님에게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 형과 자주 했기 때문. 늘 이기긴 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집에서도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큰소리와 혼자 있는 것, 아픈 것, 강요를 싫어하는 이유는 모두 부모님 때문이다. 부모님은 혼낼 때마다 소리를 질렀고, 때리기도 했으며 억지로 잘못했다고 빌게 강요하기까지 했기 때문. 그 뒤 울지 말아라, 라고 다시 한번 강요하며 소년은 방 안에 가둬두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일은 아직도 소년에게 잊지 못할 일이었고, 상처였다.

 

어릴 때 몰래 알아봤다가 혼날 뻔했던 것은 어머니가 거짓 기사를 쓴 것을 밝혀낼 뻔했기 때문. 소년의 부모는 꽤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돈을 위해선 거짓말 또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물론 그것은 소년의 생각에선 절대 옳지 않았고, 소년은 그것을 밝힘으로써 제 부모의 거짓을 밝히고 싶었던 것. 이 일로 인해 소년은 무척이나 혼났으며, 한동안 밖을 못 나가는 벌까지 받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현재는 최대한 알아보고 싶지 않아 하는 편. 용기가 없다기보다는, 혹시나 주위에 피해가 갈까 봐 두려워하는 생각이 좀 있는 것 같다.

 

집에서는 주로 별명으로 불렸다. 물론 좋은 별명이 아니라, 소년을 깎아내리기 위해 지은 별명. 겁쟁이, 라는 별명부터 바보, 고물, 덜렁이, 심하면 쓰레기라는 별명까지. 지은 것은 부모님으로, 형 또한 아프기 전까지는 이러한 별명을 종종 불렀던 모양. 하지만 아픈 뒤로는 부르지 않았다나. 소년은 이러한 제 부모의 행동으로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결과 지금은 별명을 지어주려고 하기만 해도 거절하려 한다.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특히나 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왔던 말이기 때문에 현재도 그다지 잘 하지 않는 말이다. 겉으로는 늘 좋다는 말을 늘어놓기 일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도 싫다, 라는 말을 마음 편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초낙원급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없다. 부모님은 그것에 대하여 무척 집착하고 있긴 하지만, 부모님의 말을 듣는 것은 소년도 슬슬 한계가 되어가고 있었으니. 하지만 네버랜드에 존재에 대한 것은 좀 믿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믿는다기보다는 있기를 바라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꿈과 희망의 나라. 그것은, 소년에게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른도 없는... 그런 나라. 그곳에서라면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Secret File : 세노 마모루

| 妹尾 守 | Seno mamoru

▽ 개화재능

초낙원급  프로파일러

✦​

사건의 윤곽을 그리는 사람. 주로 증거가 불충분하여 일반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이상 범죄나 연쇄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급파되며, 수사요청을 받을 시 사건 현장에 출동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일련의 범죄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범행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하고 그 특징을 토대로 은신처나 도주 경로를 예측하기도 한다.

 

피의자가 검거된 후에는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받아내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도 참여하며, 심문과정에서 한 말과 행동을 상세히 기록하는 일도 한다고. 일선 형사들이 범인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수사가 쉽게 진행되도록 돕거나, 수사 가치가 있는 목격자와 진술을 가려내는 역할도 한다.

bottom of page